"지금 계약해도 2년 걸린다"…'강남 싼타페' 뭐길래 [최수진의 나우앤카]

입력 2023-08-20 07:13   수정 2023-08-20 07:20

'우리 브랜드의 품질 기준에 따라 오프로드 자동차를 만들고 앞면에 포르쉐 엠블럼을 달면 사람들은 반드시 구매할 것이다.' (If we build an offroad model according to our standards of quality, and it has a Porsche crest on the front, people will buy it.)

이는 1989년 포르쉐 창립자 페리 포르쉐가 한 말이라고 한다. 페리 포르쉐는 당시 모터스포츠와는 결이 다른 오프로드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페리 포르쉐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후 스포츠카 명가 포르쉐가 최초로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은 포르쉐의 실적을 일으킨 대표적인 모델로 우뚝 선다.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우승만 3만번...스포츠카로 유명세
포르쉐는 스포츠카로 유명하다. 포르쉐는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3만번 이상의 우승을 거뒀다. 레이싱 입문은 1951년 르망 24 내구레이스에서다. 포르쉐는 1948년 첫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 처음 출전한 르망 24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해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후 포르쉐는 르망 24에서 총 19번의 종합 우승을 이뤄낸다.

포르쉐는 랠리에서도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1968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는 911T로 우승을 거뒀으며, 1984년에는 911 카레라 4X4 모델로 스포츠카 최초로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했다. 1986년에는 모래사막·자갈길 등으로만 11만㎞를 달리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했다.

현재의 포르쉐의 모든 모델이 왼쪽 시동키를 고집하는 이유도 포르쉐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브랜드임을 보여주는 독특한 특징이다. 왼쪽 시동키는 레이싱 경기에서 운전자가 왼손으로 열쇠를 꽂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해 출발 시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스포츠카 회사에서 만든 SUV...실적 효자로 부상
포르쉐의 뿌리와는 결이 다른 모델이 바로 카이엔이다. 카이엔은 2002년 포르쉐가 처음 출시한 SUV다. 그만큼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명하던 브랜드를 대중화하는 데 공을 세운 모델로도 평가받는다. 출시 초반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스포츠카가 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카이엔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포르쉐를 일으킨 모델로도 잘 알려졌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어서도 포르쉐의 실적을 책임지는 '효자'로 통한다. 포르쉐가 지난해 글로벌에서 판매한 차량 중 31%가 카이엔일 정도다. 같은 기간 911이 4만410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포르쉐의 뿌리인 스포츠카보다 더 잘 팔리는 차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카이엔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포르쉐코리아 법인 설립 이후 2019년 국내 공식 출시된 카이엔은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총 3000대가 인도됐다. 이는 포르쉐코리아 총판매량의 50%가 넘는 규모다. 카이엔은 국내 공식 출시 이후 5년 만에 누적 판매량만 2만5000대를 기록했다. 연 5000대씩 팔린 셈이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카이엔은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남 싼타페'라고도 불린다. 지난 17일 국내 공식 출시된 신형 카이엔을 사려면 약 2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도 알려졌다.

포르쉐코리아는 올해 카이엔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에서 연 1만대 클럽에 최초로 도전한다. 수입차 브랜드에서 연 1만대 판매량은 메이저 브랜드로 등극하는 기준이 된다. 5년 만에 선보인 카이엔 3세대 부분 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포르쉐 판매량은 7179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6% 증가한 수준으로, 2014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포르쉐가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첫 1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홀가 게이먼 포르쉐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이엔은 스포츠카와 같은 주행 성능으로 포르쉐의 혁신을 대변한다"며 "카이엔 대대적인 성공 뒤에는 한국의 기여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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